[E·D칼럼] 전력시장의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E·D칼럼] 전력시장의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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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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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연료가격 폭등으로 세계 전력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던 유럽의 경우, 요금폭등은 물론 공급위기마저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전력요금 등이 유럽만큼 피부에 와닿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 유럽에 비해 균형 잡힌 전원구성과 연료수입선의 다변화 등이 일부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얼핏 유럽에 비해 나아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전력시장 역시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몇 배로 오른 발전 연료가격에 비해 미미한 요금인상과 부진한 수요절약, 이에 따라 지속되는 수입연료 부담과 무역수지 적자,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한국전력의 적자와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한 채권 발행에 모 지자체의 해프닝까지 가세한 채권시장의 경색 등 위기 징후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력시장의 위기가 금융 및 외환시장 등 국민경제 전반으로 번져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 최근 정부는 논란이 되어 왔던 도매시장의 상한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매시장의 통제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도매시장에 대한 통제로 대응하는 이른바 ‘이중 통제’인 셈이다.

물론 우리 전력시장과 국민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일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고, 정부도 이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령 이런 일시적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더 중요한 점은 이를 어떻게 근본적인 처방으로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 근본적인 해법은 전력시장의 이중 통제, 즉 소매시장과 도매시장에 대한 정부개입과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데에 있다. 우선 소매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하고 직접적인 통제를 해소해야 한다. 연료가격이든 탄소비용이든 소매요금에 반영이 되어야 다양한 방식의 수요절약과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야 탄소배출은 물론 연료수입과 무역적자를 줄이고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압력도 완화할 수 있다.

도매시장 역시 중장기시장이나 실시장 시간이 없이 하루전 시장 그것도 천연가스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SMP 기준이라는 하나의 시장과 기준으로는 가격변동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다. 더구나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이 연료비 성격이 전혀 다른 전원을 천연가스 가격에 직간접으로 연동해서 거래해서는 곤란하다.

원전, 화력발전, 재생에너지 등 특성이 다른 전원의 경우 기간별 및 원별로 시장거래를 다양화하여 정부의 직접 통제가 아닌 시장거래 다양성을 통해 가격이나 물량 위험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러한 전력시장 개혁논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오랜 기간 제기되고 논의된 바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를 끌어내고 이를 합리적으로 풀어갈 여야 간의 정치적 노력과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대 정부에서 종종 반복되었듯이 전력요금 인상의 원인을 놓고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현재 전력시장의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우크라이나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더구나 현재의 전력시장구조 자체가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안보를 떠나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한국경제의 수준에 비해 너무 낙후된 구조이다.

차제에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번 전력시장의 위기를 우리나라 전력시장을 선진화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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