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기연구원, 차세대 'E-모빌리티' 시대 선도한다
[기획] 전기연구원, 차세대 'E-모빌리티' 시대 선도한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2.10.0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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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전력반도체 국산화 넘어 공급부족 문제 해결 기술 개발
액체수소 상용화 가능성 높여… 수소경제 활성화 기대 기대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최근 대부분의 산업과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일명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추진 동력이 기존 화석연료 엔진에서 전기기술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관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직무대행 김남균)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 연구개발 성과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육·해·공 전 분야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KERI의 주요 기술 4개 기술을 지면에 담았다.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최근 육상 분야의 전기차에 이어 해양 분야에서도 전기선박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추진 시스템은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이나 발전기로부터 공급된 전력을 이용해 추진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전기추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기선박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연료비용도 저렴하다. 또한 추진 모터의 소음과 진동이 적고, 설치 위치도 자유로워 설계의 유연성도 매우 높으며, 기존의 디젤엔진 선박보다 조종 능력이 더 높다.

그러나 전기선박은 추진 시스템이 선박 하부에 탑재된 이후에 고장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정비가 어렵고 배를 해체해서 수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잠수함은 바다 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추진 시스템을 선박에 탑재하기 전 통합시험을 육상에서 확실하게 진행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세계적 수준의 전기선박 육상시험소의 보유 여부가 다가올 해양 방위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관건인 것이다.

KERI는 이미 이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3년부터 경남도, 창원시, 방위사업청 등과 협력해 전기선박 육상시험소(LBTS) 건립 사업을 추진했고, 2015년 준공 결실을 맺었다. 총 사업비는 405억원이 투입됐다. 

KERI는 전기선박 육상시험소를 기반으로, 전기선박 분야와 관련한 다수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총 연구비 990억원 규모, 25개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전기선박 육상시험소로 인한 파급효과는 약 5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장보고-Ⅲ급)’을 포함한 전기선박 분야 총 401개 항목 시험을 수행해 192건의 개선보완사항을 도출했고, 이를 통한 건축기간 단축 368일, 건조기간 단축효과 및 전력화 지연손실 비용 절감 효과 4684억원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육상시험소를 통해 거둔 기술수입 대체효과는 370억원에 달하고, 전기선박 관련 산업 발전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27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2033년까지 전기선박 육상시험소 관련 사업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시장창출 1조2363억원 및 일자리 창출 3000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의 사업 참여에 따른 매출 기대효과는 무려 1조4698억원에 달한다. 

향후 KERI는 국방 분야를 넘어 민간 분야에서도 전기선박화를 지원한다. 유럽에서는 연안을 오가는 차도선의 전기선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KERI는 연안을 오가는 차도선 및 여객선 분야까지 전기선박의 기술 개발을 확대해 미래 전기선박 시대를 주도해 나간다는 목표다.

전기차용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전기차용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전기차용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전력반도체는 전력이 필요한 곳이면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산업의 주요 부품으로,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등 사람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전기차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연결하는 고성능 인버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활용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전력반도체의 핵심인 제어 효율을 유지하는 소재는 기존 실리콘(Si)에서 재료 특성이 우수한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 탄화규소(SiC)로 대체되는 추세다. 우수한 열적·전기적 특성을 지닌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과 2배 높은 열을 견디고, 전력 소모도 작아 칩 크기를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10% 이상의 전비(電費)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에 비해 SiC 전력반도체는 소수의 선진 국가들만이 독점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전력반도체의 대량생산을 가져올 수 있는 트렌치(Trench) 구조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KERI의 성과는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 실현을 넘어, 공급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초고난도 ‘트렌치 모스펫(Trench Mosfet)’ 기술을 세계 3번째(독일-일본)로 개발한 것이다. 트렌치 구조는 반도체의 용량이 커지면서 반도체 칩 평판에만 셀을 집적시키는 방식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나온 방식이다.

기존 평판(Planar) 구조는 전자들이 수평으로 형성된 채널을 통과한 뒤 수직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면, 트렌치 구조는 모스펫 가운데에 좁고 깊은 골(도랑)을 만들어 전자가 수직으로 형성된 채널을 바로 통과해 이동하는 방식이다. 면적 활용도를 크게 높여 반도체 칩 크기를 10% 이상 줄일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기술이다. 바꿔 말하면, 단위 면적당 흐르는 전류를 10% 이상 향상시킨 것이다.

KERI 트렌치 모스펫 국산화 실현은 최근 전기차 시장의 화두인 전력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렌치 구조로 반도체 칩이 작아진 만큼 1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의 제작 수량이 크게 늘어난다. 예를 들어 SiC 전력반도체를 제조하는 6인치 웨이퍼(기판) 1개를 기준으로, 기존 평판 구조를 통해서는 1000개의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었는데, 트렌치 구조를 활용하게 되면 100개 이상 소자를 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SiC 전력반도체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냉각기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 냉각기

액체수소 생산 및 장기 저장기술

현재 전국의 60여개 수소 충전소는 모두 기체(가스) 형태로 수소를 저장한 뒤 공급하고 있다. 수소가스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고압으로 압축해서 단단한 탱크 혹은 트레일러에 저장하는데, 압축 수준이 무려 700배에 달해 폭발 위험성 문제가 항상 대두됐고, 수소의 장기 저장 및 이송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부피는 기체 형태 대비 무려 800배나 작아 보관 안전성이 높고, 운송 효율도 무려 7배 이상 높다. 하지만 액체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가스를 극저온(-253도)으로 냉각시키고, 무엇보다 수소가 다시 증발하지 않도록 손실 없이 최소화하면서 오랜 기간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는 안정성·효과성·경제성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KERI 극저온기기연구센터는 20여년 넘게 초전도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축적해 온 극저온 냉각 기술을 응용해 액체수소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할 수 있게 만드는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을 개발했다. ‘액화수소 제로보일오프(Zero Boil-off)’ 기술은 액화수소 보관 용기 안에서 기화되는 수소를 자동으로 다시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일정 온도 변화로 수소가 기화되더라도 극저온 냉각을 통해 다시 100% 재응축해 액체수소로 만들어 보관한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것이다.

액체수소 상용화의 가능성을 연 이번 성과는 경제적 관점에서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는 분석이다. 액체 형태의 수소는 가스 대비 부피가 작고 고압의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수소를 보관하기 위한 충전소 부지는 대폭 줄이고 수소 저장량은 늘릴 수 있다. 또한 수소 저장의 안정성도 높아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운송 개념에서는 기존 가스를 옮기던 때보다 액체 형태로 훨씬 많은 양의 수소를 안전하게 옮길 수 있어, 전국적으로 수소 보급을 크게 확산시킬 수 있다. 이같은 KERI의 기술은 액체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저장하는 것을 넘어, 장거리 이송과 폭넓은 활용까지 가능하게 하는 등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 및 플라잉카용 전기엔진 국산화
드론 및 플라잉카용 전기엔진 국산화

드론·플라잉카용 전기엔진 국산화

비대면 시대 미래형 배송 시스템 드론 택배, 도심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플라잉카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외국산 부품과 국산으로 위장한 부품 등의 잘못된 사용은 안보와 안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KERI에서는 이러한 부품의 국산화를 실현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KERI의 성과는 유·무인 항공기를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엔진이 아닌, 전기 동력으로 추진시키는 ‘전동기’와 ‘발전기’를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성과다. 무인 항공기에서 가장 중요한 ‘저소음’, ‘안정성’, ‘고비출력’ 조건을 모두 성공적으로 반영한 순수 국내 기술이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무인 항공기의 핵심 부품인 ‘전동기’와 ‘발전기’를 국산화한 덕분에 국내에서 어려웠던 드론 시스템의 구성이 가능해지고, 그동안 외국산 부품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던 안전 및 보안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1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술의 적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섬이나 험난한 지역에 빠른 물품 배송을 제공하는 드론 택배로 활용이 가능하고, 농업 분야에서는 농약을 뿌리는 드론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그 외 교통 감시, 가정 및 공장의 소형발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KERI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분야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사람이 타는 드론에 적용될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한 10kW급 전동기와 100kW급 발전기를 3년 이내에 개발, 우리나라가 플라잉카 산업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만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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