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거버넌스체제, 재정비가 시급하다
[E·D칼럼] 에너지 거버넌스체제, 재정비가 시급하다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22.09.02 0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호 /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융합학과 교수(경제학박사)

근래 들어 대내·외 여건의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 정책의 변동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탈원전, 신재생 확대, 탄소중립을 목표로 많은 계획과 로드맵이 발표되었지만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책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내·외 공신력 추락은 물론 산업과 시장에서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책의 신뢰성과 객관성 확보가 시급하다. 이제라도 에너지산업과 시장에 제대로 된 신호를 제공하고, 정책과 제도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기능을 대체로 진흥과 규제로 구분하며, 흔히 선수와 심판의 예로 설명한다. 누군가 두가지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불공정과 비효율을 발생할 수 있다. 규제기능은 특정 기업이 독점, 담합 등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획득하여 가격설정, 시장경쟁 저해 등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공정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를 방지를 위한 것이다. 즉,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해줄 심판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산업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산업의 경쟁력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과 경험에서 비롯된다.

최근 에너지산업에서 규제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20년 전부터 선진국과 유사한 형태의 규제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목적와 업무는 유사하나 조직의 구조나 위상, 운영방식에 차이가 많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권한이나 조직도 없이 형식적 절차적 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실질적인 권한과 독립성을 갖는 ‘에너지규제위원회(가칭)’ 신설을 통해 에너지정책의 안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필요하다.

규제기구는 에너지산업의 발전 역사나 산업구조 등에 있어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에너지정책 목표설정, 수요예측, 에너지믹스, 전기요금, 시장감시, 분쟁조정, 소비자 보호와 같은 기능과 업무는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연방조직인 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주별 기관인 공익규제위원회(PUC)가 병존하나, 통상적인 에너지 규제기능은 대부분 PUC에서 수행하고 있다. 영국의 가스전기시장위원회(GEMA), 프랑스의 에너지규제위원회(CRE),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FNA), 이탈리아의 에너지규제기구(ARENA), 일본의 전기가스감독위원회(EGC) 등 선진국의 에너지 규제기구도 규제 산업의 범위나 운영방식에는 차이가 있되 기본적인 책무는 유사하다. 대부분 법적으로 보장된 합의체의 독립적 위원회 형태로 운영되며, 규제대상 산업이나 기술적 기능의 포함 여부에 따라 100여명에서 1000여명까지 규모 또한 다양하다.

에너지 규제기관이 갖추어야 할 원칙을 몇가지 들자면, 첫째, 기관의 독립성이다. 독립적인 에너지 규제기관이 있다면 정치권, 정권, 언론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에너지 갈등이나 정치적 이슈에서 비켜서서 보다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산업과 시장이 외부의 간섭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벋어나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혼란과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위원회를 별도의 정부조직으로 분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현재의 정부형태를 유지한다면 산업진흥과 에너지규제 간의 상충으로 인해 에너지가 산업의 수단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독립성 확보를 통해 에너지시스템, 전기요금, 전력시장, 산업구조 등과 같은 에너지산업이 안고 있는 현안과 해법 마련을 위해 보다 합리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물가안정과 같은 막연한 이유로 불합리하게 소매요금을 규제하는 현상 또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에너지간 통합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통상 전기, 가스, 열 분야로 구분된다. 그러나 전기-가스, 전기-열, 가스-열은 사업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외국에서는 에너지사업에서 영역 구분이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섹터 커플링 즉, 에너지 간 통합운영을 통해 사업리스크를 줄이고 물량제약과 가격변동에 따른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의 규제위원회 구성도 이러한 현실과 기술변화를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성 확보다. 위원회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자리를 잡게 되면 에너지분야의 엔지니어, 경제, 법률, 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정립된다면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인력개발이나 우수한 전문인력의 충원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에너지산업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거버넌스 체제의 재구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이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과 여건에 부합될 수 있도록 에너지 산업구조나 시스템의 차이를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자원을 동원하며 산업을 끌고 가는 과거의 규제방식에서 벋어날 때다. 새로운 선진규제시스템을 통해 시장참여자가 공정한 규칙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과 기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에너지산업에서 규제방식의 전환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국가 에너지 거버넌스의 재구축을 통해 에너지 정책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에너지산업의 갈등 해소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