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하승재 한국물순환협회 회장
[특별기고] 하승재 한국물순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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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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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순환 도시,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에너지데일리]빗물을 비가 내린 곳에서 땅으로 스며들게 하거나 하늘로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표현 방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그린빗물인프라(Green Stormwater Infrastructure) 또는 저영향개발 기법(Low Impact Development)이라고 하며, 독일은 분산형 빗물관리(dezentrale Regenwasserbewirtschaftung), 일본은 유역대책(流域對策) 그리고 호주에서는 물감성도시설계(Water Sensitive Urban Design)로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동양적 순환 사상과도 어울리는 “물순환”이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하여 왔다.

최근 8월 8일에 발생한 집중호우는 우리나라 도시 물관리의 방향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의 홍수대책을 위한 확률강우의 개념이 무색해 지고 있으며, 당장 내일이라도 200년 만에 한 번 올 비가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기존의 도시 배수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극한의 강우가 국내 어느 도시든 내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어느 누구도, 어느 도시도 홍수로부터 100% 안전하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서울시는 이번 침수피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앞으로 10년간 1조5천억원을 들여 강남역 등 저지대 6곳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만들겠다는 대책을 제시하였다. 일본 동경의 지하조절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시설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필자도 일부 수긍이 가지만, 과연 이 방법만이 최우선적이고 유일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우선 1조5천억원의 예산확보가 불투명하다. 2011년에도 7개의 대심도 빗물터널을 계획했지만 예산부족으로 2020년에 신월빗물터널 1개만 건설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지반이 물러 터널 설치가 불가능하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강남ㆍ서초구에는 이미 많은 지하시설이 있어 터널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재난 전문가들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수해예방의 능사는 아니다. 불투수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을 하고 있다.

불투수율은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포장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불투수율도 급격히 상승했다. 1962년 7.8%에 불과했던 것이 2020년엔 52%까지 치솟았다. 부산(27%), 광주(24%)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역시 강남구가 불투수 면적도 가장 넓다. 전체 39.5㎢ 가운데 22.45㎢(56.8%)가 불투수 면적이다.

불투수율이 증가하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하수관에 모이면서 통수능력에 부담을 주게 되고 결국 도시침수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율 증가를 해결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즉, 도시침수를 예방하려면 불투수율을 줄여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불투수 포장’을 ‘물순환 포장’으로 바꾸는 대책이 도시침수예방대책에 포함돼야 한다.

2022년 8월 1일 일본 도쿄시에서는 “동경도호우대책검토위원회”가 개최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이 급증함에 따라, 늘어난 홍수를 ①대규모 지하조절지(대심도 빗물터널)를 포함하는 하천정비, ②하수도 정비 그리고 ③유역대책(물순환 기법)으로 분담하는 기존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되었다. 이 유역대책에는 홍수를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분담하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이미 오래전에 다수의 대심도 빗물터널을 구축해 놓은 일본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유역대책(물순환 기법)과 하수도 정비 대책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고비용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 일본처럼 유역대책(물순환 기법)과 하수도 정비를 통해 기존 배수체계의 기능을 최적화하여 홍수를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는 지금껏 “저영향개발 사전협의 제도” 등을 통해 일본의 유역대책을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좋은 사례도 있는데, 앞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적용을 통해 그 효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물순환 기법이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하수도정비와 조화를 이룰 때, 도시침수 뿐만 아니라, 도시열섬, 지하수 고갈과 지반침하, 하천 수질오염 등과 같은 복합적인 물환경 문제점도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서울시 물순환 정책의 주관 부서인 “물순환정책과“의 명칭이 “수변감성도시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호주의 “물감성도시”를 훨씬 뛰어 넘는 매력적인 ‘물순환 도시’ 조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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