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물가정책과 전기요금: ‘기대 인플레이션’과 ‘요금동결 기대’
[E·D칼럼] 물가정책과 전기요금: ‘기대 인플레이션’과 ‘요금동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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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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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에너지데일리] [조영탁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수입 연료가격은 폭등했지만 전기요금은 정치적으로 ‘빅 스텝’이 어려워 한국전력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심상치 않은 우리나라 물가상승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5.4%로 십여년만에 5%대를 기록한 바 있다.

설상가상 미래 물가상승을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높아지고 있어 물가상승의 비상신호가 켜지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물가상승을 예상하여 임금상승을 요구하고 이것이 다시 제품가격 인상을 통한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것이 한편으로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그럼에도 전기요금과 물가정책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우선, 최근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추가인상을 시사하는 등 선제조치를 취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 동안 금리인상의 판단기준인 물가지수는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처럼 ‘소비자물가지수’(5월 기준 5.4%)에서 식료품과 에너지항목이 제외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5월 기준 3.4%)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료품과 에너지는 가격변동성이 큰 까닭에 이것이 포함된 소비자물가지수에 의한 금리인상은 자칫 경기 위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물가당국이 소비자물가지수만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물가지수와 국내·외 금융상황을 종합하여 결정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굳이 거론한 것은 후술하는 것처럼 그것이 갖고 있는 정치적 및 심리적 효과 때문이다.

둘째, 이론상 금리인상은 수요측면의 물가정책 수단이고, 식료품이나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에는 큰 효과가 없다. 공급비용에 대한 물가정책으로는 에너지세제를 낮추거나 에너지 비축물량을 방출하여 가격상승을 일부 완충하는 정도가 있을 뿐 수요측면과 달리 믿을 만한 뾰족한 정책수단이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제조업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생활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실적으로 전기요금 동결에 의한 정책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전기요금이 포함되어 마치 전기요금이 물가정책의 중요 수단인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무엇보다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은 역대 정부 모두 전기요금을 물가안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바람에 전기요금은 어떤 경우라도 동결 내지 미미한 인상에 그친다는 ‘기대 심리’가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이제는 아예 요금동결이 ‘기대’가 아닌 ‘통념’이 된 상황이다. 앞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처럼 ‘요금동결 기대’는 전기소비 절약을 저해하여 연료수입액 증대와 무역수지 악화 나아가 환율변동으로 연결되어 에너지 문제해결은 물론 국민경제 전반에 오히려 장애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에너지가격 상승이 분명 공급비용의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무조건 요금을 통제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수준이고 종합적인 것을 고려하여 전기요금 문제에 접근해야 하지만 차제에 물가안정 수단으로서 전기요금, 정치적 통제대상으로서 전기요금이라는 인식과 통념을 바꾸고 전기절약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정치구호’로만 일관한 역대 정부와 달리 ‘시장신호’를 통한 에너지정책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