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그린택사노미의 딜레마
[E·D칼럼] 그린택사노미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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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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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박사 /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에너지데일리] 그린택사노미를 대선 TV토론에서 논의될 것을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조차 답하기 힘든 주제인 건 분명하다. 

1998년 필자가 유엔에서 일할 때, 앞으로 기후변화가 글로벌 아젠다가 될 것이라는 선배의 조언이 생각난다.

필자는 당시 개도국을 지원하는 지속가능개발 프로그램에 몸담고 있던 터라, 기후변화 또한 지속가능개발 안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그 선배 덕에 필자는 에너지안보와 기후안보를 모두 공부하게 되었고, 필자의 예견 또한 맞았다.

왜냐면 교토의정서 중심의 기후정책은 파리합의문 채택 이후 지속가능개발목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끌어안아 그린뉴딜, 탄소중립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여전히 그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 되는 결이 다른 옷으로 말이다. 

그린택사노미는 단어에서 풍기다시피, 투자의 방향을 그린으로 틀자는 투자 가이드라인이다. 즉 과거의 투자패턴을 좀 더 그린 한 쪽으로 유도하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이미 파리합의문을 합의했기 때문에 유럽 택사노미와 우리정부의 그린택사노미는 지향하는 방향이 같다. 그런데 이 택사노미가 대선토론에까지 밀고 들어온 경위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린택사노미에 담긴 내용은 투자를 받기 쉬워지고, 그린택사노미에 담기지 않은 내용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사노미는 녹색금융-탄소금융-ESG금융으로 진화하는 금융트렌드와 기후-에너지전환정책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즉, 투자자들의 그린택사노미에 대한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에 그린택사노미의 현실적인 딜레마가 있다. 

첫째,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린택사노미는 나열식으로 마치 법에 비유하자면 대륙법에 해당한다.

즉 나열된 기술은 채택가능성이 높지만 나열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금융기회가 상실된다. 이는 그린텍사노미가 포지티브 규제체계를 고집하는 한 원칙금지-예외허용으로 열거된 것만을 허용하게 되어 융합 등 기술환경 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이를 집행하는 규제기관의 재량에 매달리게 되어, 금융이 규제를 위한 규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둘째, 그린택사노미가 설정한 목표와 원칙에 따라 분류체계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기후정책은 이미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그린뉴딜로 진화했다.

그러나 그린택사노미의 목표가 여전히 환경목표에만 머물면 안전과 같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놓치게 된다.

따라서 그린택사노미 또한 ESG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그린택사노미는 6대 환경목표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우리의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는 데 있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셋째, 그린택사노미로 인한 명과 암을 예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PHASE-IN 하는 산업에 대한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만 PHASE-OUT을 용이하게 해주는 지원도 필요하다.

그래야 에너지전환이 산업전환으로 순항할 수 있다. 천연가스는 되고 원자력은 안되고, 수소는 되고 석탄은 안되고 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라지는 산업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100유로를 향해 약진하고 있다.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오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장의 덕목은 기술의 진입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배출권의 가격이 오를수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술이 많아진다. 역으로 기술의 한계를 느낄수록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결국 에너지전환이 성공하지 못하면 탄소배출권 가격급등은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즉 그린택사노미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성공여부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따라서 녹색기술의 사회적가치를 포괄적으로 재평가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신규기술에 대해서는 원칙중심의 포괄주의를 준용하여 기업들이 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후손들에게 우리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작은 노력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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