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로컬 청년기행] - ⑥ 금산군
[전환로컬 청년기행] - ⑥ 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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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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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쓰레기, 이곳서 멈추고 새로 태어난다
- 금산군 원스톱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방문기

로컬 기후 리포터 이은호 청연

1년 전, 경기도와 제주도 간 ‘쓰레기 전쟁’을 기억하시나요? 우리나라 쓰레기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됐다가 국제적 망신 끝에 되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평택 당진항에 반송된 폐기물의 출처가 경기도인지 제주도인지를 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설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잘 마무리되었는데 문제의 폐기물은 컨테이너 195개 분량으로 4666톤에 달했습니다. 이렇듯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 문제는 심각하고 중요한 이슈입니다. 지역의 폐기물 처리모델이 될 수 있는 충남 금산군 원스톱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찾아갔습니다.

생활폐기물 소각처리 과정을 듣는 로컬 기후 리포터
생활폐기물 소각처리 과정을 듣는 로컬 기후 리포터

일상 속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머리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분리수거, 소각, 매립…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접한 쓰레기 처리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렬했습니다. 충남 금산군에 세워진 폐기물 처리시설은 선별장, 소각장, 소각재 매립장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원스톱 시설로 금산군에서만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매일 최대 30톤씩 처리합니다. 분리·선별되지 않은 생활폐기물이 종류별로 분류되고, 한데 모여 압착돼 850∼900도 고온의 소각로로 향하는 과정, 재활용을 위해 컨베이어벨트로 운반되는 모습은 거대한 공장 같기도 하고 악취미로 만든 놀이공원 같기도 했습니다. 적재된 폐기물을 이동시키기 위해 고철 집게가 움직이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반복해서 들리는 ‘엘리제를 위하여’ 멜로디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24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처리되는 적지 않은 폐기물 양에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광학 센서를 이용해 플라스틱 종류를 구분하던 판독기, 방을 한가득 채울 양의 스티로폼을 열로 처리하고 압착해 작고 단단한 고형물로 바꾸는 기계도 흥미로웠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원스톱 생활폐기물 처리시설도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1997년부터 만들고자 했지만 주민과의 갈등이 24년이나 이어졌다고 합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당초 2019년까지 사용하기로 합의한 매립장 사용을 연장 및 증설하려 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연히 주민들이 다시 크게 반발했는데 군수가 직접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행정 각계의 노력을 통해 가구당 지급되던 주민지원금의 추가 지급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길게는 300년간 금산군에서 발생하는 지역 생활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세워졌다고 합니다.

친환경 소각재 매립장으로 향하는 로컬 기후 리포터
친환경 소각재 매립장으로 향하는 로컬 기후 리포터

마지막으로 들른 매립장에서 소각 잔여물인 까만 재가 넓은 공터 같은 부지에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갈하지만 황량해 보이는 소각재 매립장 옆에는 소각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부서진 목재 가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재활용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기 들어와서 나가는 쓰레기는 없다”는 시설담당자 분 말씀이 왠지 한 켠에 남아있습니다. 조금 전에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제 통, 요구르트 병, 도시락 용기 등이 종류별로 큐브가 돼 한데 뭉쳐져 있는 모습을 본 뒤였습니다. 쓰레기는 이곳에서 평온히 잠들거나, 재활용 내지는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여 달리 쓰이는 새활용(upcycling)으로 새 삶을 얻을 것입니다. 이곳은 쓰레기의 무덤인 동시에, 한편으로 다시 태어나기 전 잠깐 들르는 장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수도권매립지가 불과 5년 뒤인 2025년에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하고 중국이 쓰레기를 더는 받지 않아 이른바 ‘쓰레기 수출’도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는 시설 마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오는 길에 이곳은 정말 작은 규모이고 수도권 매립장에는 비교도 안 되는 많은 양의 쓰레기가 몰려든다는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지, 분리수거를 잘 해야 하는지, 자원 순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100번 듣고 배울 것 없이 인근 자원순환센터나 폐기물 매립장을 한 번만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합니다. 정말 귀중하고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지금도 귓가에 ‘엘리제를 위하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종류별로 선별된 후 압착되어 쌓여있는 플라스틱 더미들
종류별로 선별된 후 압착되어 쌓여있는 플라스틱 더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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