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로컬 청년기행] - ① 당진시
[전환로컬 청년기행] - ① 당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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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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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시작됐다. 가장 절박한 곳에서부터 - 당진에서 일어난 작은 반란


로컬 기후 리포터 박해인

철모르고 일찍 찾아온 칼바람이 불던 지난 금요일, 지역의 기후위기 대응 사례를 배우고자 청년들이 모였다. 충청남도 당진시는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한 ‘전환로컬 청년기행’의 두 번째 행선지였다. 당진으로 향하는 길, 점심을 배불리 먹어 잠이 오는 와중에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적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넓은 논밭 가운데 벼를 모은 짚단이 있고, 논의 가에는 간간이 집이 있었는데 그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들도 보였다. 당진에는 주민들의 요구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태양광발전소로 바꾼 최초의 사례 ‘당진 에코파워’가 있다. 당진은 총 10호기의 석탄화력발전소로 이뤄진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단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당진에서의 주요 일정은 ‘당진시 그린뉴딜 현장 방문’이었다. 우리는 당진화력발전(석탄화력발전소)과 당진에코파워(태양광발전소)를 둘러보았다. 당진화력발전 단지 내부는 보안시설이라 촬영이 불가했는데 발전소 건물과 하역부두에 위치한 선박, 집진설비와 탈황설비 등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 이 거대한 시설이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수 있을까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발전소 단지를 설명해주는 안내 직원은 “연돌(굴뚝)이 높아 주변 환경영향을 최소화한다” “옥내저탄장에서 석탄가루를 밀폐해 보관하기에 ‘친환경적’이다”라며 발전소의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친환경’이라는 표현 때문에 아무리 저감해도 사라지지 않을 화력발전의 막대한 탄소배출량이 가려질까 걱정되기도 했다.

멀리서 바라본 당진화력발전소
멀리서 바라본 당진화력발전소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소 용지에 가서 모든 걱정을 떨쳐낸 것은 아니다. 바다를 메운 수상 태양광 패널과 10만 평의 석탄재 매립지를 활용해 설치된 태양광 패널, 당진에코파워의 늘어선 패널들까지.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평화로운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에너지원이 무엇이든 ‘대규모’ 발전소는 평소에 무심했던 나의 전기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발전소는 이전의 석탄화력발전소와 달리 주민의 사전 동의를 구했을까 궁금해졌다.

당진화력본부 회처리장 내 유휴수면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당진화력본부 회처리장 내 유휴수면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당진시청에서 진행된 ‘당진시 에너지전환 정책 소개’에 따르면 당진시는 ‘주민주도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주민수용성을 주요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당진시 에너지전환 정책 담당자도 말하듯 이해관계는 다양하고 모든 주민의 동의를 얻기란 불가하다. 임차인이냐, 임대인이냐, 혹은 농민이냐, 어부냐, 혹은 토박이냐, 외지인이냐에 따라 이해관계를 달리 하고 주민 다수가 에너지 산업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진시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에너지전환에 시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에너지센터를 세우고 학교나 읍면동 단위의 에너지교육을 실행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에너지센터를 가볼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당진시의 ‘주민주도형’ 에너지 전환을 주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진에코파워에 대해 설명을 듣는 로컬 기후 리포터 청년들과 관계자들
당진에코파워에 대해 설명을 듣는 로컬 기후 리포터 청년들과 관계자들

서울로 돌아와 버스에서 내리니 기온이 아침보다 더 떨어진 듯했다. 나는 집에 와서 발 난로를 개시했다. 그리 덥지 않았던 올 여름에는 에어컨 틀 일이 거의 없었는데 겨울에는 난방을 애용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이 왜 ‘지역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었는가 생각했다.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추우면 난방을 켜고, 폭우엔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고, 미세먼지가 심하면 자가용을 이용하고, 그런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여전히 남의 일일지 모른다. 지역에는 이상기후로 침수와 폭염 피해를 더욱더 심하게 겪을 사람들과 이제껏 발전소 인근의 피해를 견뎌온 사람들이 산다.

결국 변화가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이유는 위기를 실감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청년과 지역의 만남은 상징적이다. 기후위기가 자신의 미래 생존이 달린 절박한 일이라 여긴 청년과 더는 건강 위협, 자연 파괴와 지역갈등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역의 절박함이 만난 것이다. 그렇게 변화는 시작됐다. 가장 절박한 사람으로부터, 가장 절박한 곳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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